
하루를 마감할 때는 하루 분량의 일을 했는지 몇 초간 돌아보는 경건한 시간을 갖는다. 그러고는 오늘은 너무 과했어, 혹은 한 게 없네!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한 거 없이 교재를 수정하고, 주식 차트를 분석하고, 하루 종일 테트리스를 했다. 어제 도착한 ‘극야 일기’를 펼쳐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적막함과 찬기가 서려 있는 분위기가 좋다. 글쓴이는 부모를 잃은 상실을 이곳에서 기억하고 기록한다. 그리고 그런 단순한 삶을 책으로 만들었다.
인디펍에서 판매하는 이 책을 처음에는 살까 말까 고민했다. 그것도 꽤 여러 번을 했고 앞부분을 조금 읽으며 이 사람의 감정을 읽어보려 노력했다. 그리고 북극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결제했다. 도착한 책을 열고 처음부터 훑어보니 일기와 사진이 꽤 깊이 있다. 사진에서 적막을 느꼈다. 그리고 차가운 북극의 사진들 속에서 일종의 따뜻함도 느꼈다. 그러면 되었다.
나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작가의 글을 따라 2022년의 어느 극야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그러니 오늘 하루는 충만하게 과했다고 표현해도 될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