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것

내가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인생에서 나를 찾는 일은 그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아직 나를 찾지 못했다면 당신은 범주화 되지 않는 사람이다. 몹시 자유로운 사람이고 이것이 혹은 저것이 될 수 있다. 나를 찾는 건 뭘 말하는걸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깊게 탐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을지 모른다. 중2병에 걸려야 된다. 무시하면 안 된다. 

왜 중2병은 허세로 둔갑한걸까. 한동안 인터넷의 밈이 되어 자신의 진지병에 빠진 허세들을 웃음거리로 소비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허세는 부릴 수 있고 나 자신보다 더 큰 모습을 누군가에게 어필하고 싶을 수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중요한건 태도다. 허세 안에 들어있던 자신에 대한 진지함을 필요로 할 때조차도 웃음거리가 될거라는 생각에 갖히면 안 된다. 인생을 통틀어 나에 대해 처음 진지한 순간이 아마 그때였을거다. 나 자신에 대해 줄곧 진지할 줄 알아야 하고 회피하지 말고 못난 모습을 그냥 있는 그대로 좀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잘 하는 일을 찾거나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은 나중 일이다. 내가 무엇을 탐구하는 사람인지 알면 잘 하는 일이든 좋아하는 일이든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도 삶은 살아진다. 그게 나를 행복하게 할지 아닐지 모른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거라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다.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도 좋아질 수 있는것이고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훗날 그 일을 거들떠도 안 보는 일이 생길수도 있는거다. 인생은 모른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인정할게 정말 많다. 아니라고 말했던 나의 나약함, 자신없음, 민망함, 싫어하는 것을 맞닥뜨리는 것, 노력을 해도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것, 내가 해내지 않은 일에 숟가락을 올리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 은글슬쩍 속이는 것, 그래도 괜찮다고 자위하는 것, 타협하는 것, 선을 넘는 것, 이런 모든 것들을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서 재단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비열했던 것, 비굴했던 것 감정적인 선을 넘었던 것, 미치도록 죽이고 싶었던 것.

아주 잠시잠깐 정신이 나가서 헛소리를 했던,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건 간에 그것도 나 자신이다. 실수를 한 것도 나고 그런 실수를 용납했던 마음을 가진 것도 나다. 우리는 감정에 거짓말을 한다. 죽어가고 있는 내 마음을 보듬는다는 이유로 의미도 없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냉철하게 나를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나 참 병신같구나 나 정말 이상한 놈이구나 궁지에 몰리니까 나는 인간이길 포기하는구나 생각보다 나는 더 못났구나 나는 생각이 그리 건강하지 않구나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자. 그걸 마주보고 인정하는 순간 적나라한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2020년 6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