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에 대하여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결과가 배신할 뿐이다. 노력은 내 속에 남아 앞으로 나아가는 자양분이 된다. 결과만 보면 노력은 하등에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지난 노력이 헛것이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다. 결과론적인 입장이라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는 과정이 쌓여서 나오는 것이고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지 결과에서 배우는 것은 아니다. 결과는 성취이고 과정은 학습이다. 나같이 과정주의에 입각한 사람이라면 결과를 만들기 위한 치열한 과정을 즐기게 된다. 과정에서 배울 게 없다면 그냥 나오는 경우도 많다. 결과가 (망할게) 불보듯 뻔해도 과정에서 배울 게 있다면 참여한다. 

나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뿐이고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 아니 사실, 노력과 결과는 별로 관계가 없을지도 모른다. 결과가 완벽하다고 과정이 완벽한 것도 아니고 과정이 완벽하다고 결과가 완벽한 것도 아니다. 상황마다 다르고 때때마다 다르다. 에너지가 1그램 모자라서 망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미 그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거니까.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상에는 인과관계가 설명되지 않는 게 많다.

노력을 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되는 건 아니다. 될 일을 만들어가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노력도 방향과 실력이 있어야 된다. 엉뚱한데서 노력하고 결과에 좌절한 사람들은 자포자기한 사람들이 많은거 같다. 노력만해서 된다고 믿는 것은 세상을 너무 모르는 거다. 이런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을 비하하여 세상이 ‘노오력’을 강요한다고 한다. 하지만 딴데서 힘 빼고 좋은 결과를 얻을수는 없는거다. 노오력을 말하는 것은 결과론적인 삶의 자세이다. 그래서 나는 노오력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자신의 노력에서 무얼 배울 수 없었다면 인생에서 다른 무언가를 배우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냥 그 자리에 계속 노오력을 외칠지도 모르겠다. 

(2020년 8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