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사기꾼들] 우리는 인간미에 무방비일까.

Swindlers. (L to R) EtsushiToyokawa, GoAyano in Swindlers. Cr. Courtesy of Netflix © 2024

사람이 사람을 속이는 일은 흔하게 발생하지만 이렇게 조직적으로, 그리고 연기까지 해가며 상대를 기만하는 일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도쿄 사기꾼들]은 전문적인 지멘샤(부동산 사기꾼) 일당이 사람들을 지옥으로 밀어 넣는 이야기.  

주인공 타쿠미는 해리슨의 제안으로 지멘샤가 된다. 자신이 데려온 부동산 중개인으로부터 거액의 사기를 당한 아버지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집을 불 지른다. 이 사고로 아내, 타쿠미의 아내, 그리고 아이가 화마에 휩쓸려 가족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자기 가족과 삶을 집어삼킨 지멘샤를 찾기 위해 해리슨의 제안을 받아들여 스스로 지멘샤가 된다. 

해리슨은 사냥꾼이다. 정적이고 진지하지만 잔혹하다. 그는 일을 설계하고 사람들을 조종하여 손에 쥐고 흔든다. 어디선가 본 듯한 전형적인 보스 캐릭터이다. 그가 왜 이런 사기를 벌이는지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단지 그는 사람들을 지옥으로 떨어뜨리는데 희열을 느낀다. 사기당한 사람들, 사기 행각에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도 모조리 죽음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래서 그는 악마와 다름이 없다. 피도 눈물도 없이 사냥감을 죽이는 악랄함은 선글라스 뒤에 감추고 있다. 

이야기는 타쿠미와 해리슨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와 몰락을 따라간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의 안간힘이 그려지지만 정밀하게 준비된 함정에 그들은 속수무책이다. 계약이 성사되고 난 후 사람들은 잠시나마 그 땅 위에 지어질 멋진 건물을 상상하며 원초적인 욕망을 드러낸다. 그러나 등기가 거부되고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들은 황망함을 느끼고 스스로 무너진다.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이들은 만반의 준비를 한다. 가짜 땅 주인 행세를 할 배우를 섭외하고 계약에 사용되는 서류와 신분증을 위조한다. 계약하는 당일에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상대를 믿게 만든다. 그러나 의심이 해소되는 그 마지막 지점에는 늘 ‘인간미’가 도사리고 있다. 사람은 인간다움에 약하다. 노인의 나즈막이 약한 모습에, 그리고 비구니의 진심을 담은 눈물에, 인간이라면 끌리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다. 인간다움에 무방비로 당한 그들은 대금을 지급한다. 그 지점에서 비극은 시작된다. 

여기에서 타쿠미는 조금 다른 존재로 비친다. 지멘샤이면서도 인간적인 내면을 가지고 있다. 지멘샤가 된 것도 자신의 인생을 망친 그 지멘샤를 찾아 복수하기 위함이다. 그는 내면의 갈등을 겪는다. 그러면서도 일이 잘 될 수 있도록, 다시 말해 사기를 말끔하게 칠 수 있도록 많은 범죄를 저지른다. 끝내 그는 경찰에 잡히지만, 타쿠미의 이러한 양가감정을 따라가던 시청자들은 그제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지멘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서사 방식으로 인해 시청자도 이들과 한패가 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걸, 마지막에 경찰의 입으로 말해준다. “그것은 일이 아니라 범죄예요.”

드라마를 보는 내내 들었던 위화감, 이를테면 두 번의 가짜 계약 장면마다 마음속을 스며들었던 불편함의 이유는, 타쿠미를 응원하는 ‘어서 상대방을 무사히 속였으면 좋겠어’와 ‘이건 범죄잖아’ 사이에서 오는 갈등이다. 그리고 사기가 성공하여 벌어지는 상상 이하의 현실로 인해 타쿠미에게 들었던 감정은 그제야 범죄라고 느끼게 된다. 우리는 인간적이기만 하면, 아니 인간적인 행동을 하면 정말 진심이라고 믿는 걸까. 그래서 그렇게나 많은 사기꾼이 날뛰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