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에 다닐 때는 홈페이지 만드는 일을 했다. 홈페이지 만드는 방법을 군대에서 익혀 제대한 후 개인 홈페이지와 학교 전산실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그 후 학교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홈페이지 제작을 요청해왔고 나는 건단 4-50만 원을 받고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한 달에 1개에서 2개 정도를 제작하면 일반 파트타임보다는 수입이 좋았다. 계속 웹디자인 일을 해볼까 싶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1년 정도 PC A/S 일을 할 때는 홈페이지 제작을 거의 하지 않다가 사업을 접고 NGO 단체에서 홈페이지 제작과 캠페인 페이지를 제작하는 부서로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서 3년 동안 웹디자인 일을 했다.
월급에 매여 산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돈에 얽매인 삶을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급여는 매달 고정적인 현금을 받게 되어 일상을 예측하고 위험에 대비하게 해준다. 사람의 삶을 안정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회사를 3년 다니면서 이대로 있으면 평생 돈에 목메는 삶을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돈 없이 서울로 올라왔기 때문에 늘 마이너스였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기로 했다. 계획은 없었고 늘 그렇듯 되는대로 뭐가 됐든 해보기로 했다. 곧바로 500만 원을 말아먹고 30만 원 정도 남은 상태로 그다음 사업을 시작했다. 그게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잘 될 때는 연 매출이 14억 정도 나왔었고 하루 평균 3-400만 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이런 돈은 생전 처음 만져보았다. 문제는 경영의 노하우가 없어서 실수가 많았다는 점이다. 나중에 유명 스타트업 투자자의 글을 읽게 되었는데 거기서 하지 말라는 것은 하나도 빠짐없이 내가 하고 있었다. 잘못하고 있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고 고치기에도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대표가 실력이 없으면 사업은 절대 그 이상 올라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는 지금처럼 콘텐츠를 만들고 책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사실 돈 버는 게 뭔지는 나도 잘 모른다. 물론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이미 기술적으로 돈 버는 것에 대한 질문은 아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질문은 자극적이고 진지하며 무엇보다 본질적이었다. 돈을 버는 것이란 너무나도 다양한 관점이 있기 때문에 자잘한 기교나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마케팅 테크닉을 소개하는 것보다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을 듯 보였다.
돈을 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로 정의를 한 적이 있었다. 사업을 말아먹으면서 배운 값진 교훈이었는데, 하나는 교환가치였으며 두 번째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는 일이었다. 교환가치는 물건을 팔 때도, 혹은 고용될 때도 적용이 된다. 나 자신이 교환 가치가 있다면 누군가가 나를 고용하려는 제안을 할 것이고, 내가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다면 사람들은 그 물건을 사기 위해 돈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교환이라는 행위는 때로는 굉장히 정교하게 움직이지만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쉽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핵심은 돈 주고 살만한 가치를 만들어주는 것이 본인에게 달려있다는 점이다.
판매자는 그 과정을 통해 물건을 팔기보다는 마음을 사야 한다. 마음을 사기 위한 가장 안전한 방법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여러 가지로 이해할만 하며 합당한 서비스를 제시하고 그걸 넘어 인간적인 교감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곧 판매자와 판매자가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신뢰이다. 신뢰를 만들어내기 위해 요즘은 판매자들이 직접 얼굴을 내놓고 상품을 제작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준다. 이러한 모든 과정이 사실은 브랜딩의 시작이다. 최근 브랜딩을 하려는 사업자들이 많은 이유는 마케팅이 백약이 무효인 시대에 살기 때문이다. 이타적이고 좋은 사람이 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돈 쏟아붓는 마케팅보다 더 효과적이다. 한창 마케팅을 공부하던 시절 마케팅 팁에 열광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강의를 들을수록 마케팅은 돈 버는 팁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돈을 벌거나 쓰는 행위는 인간 본성에 따른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결국 마케팅은 인문학으로 흐르게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