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기 나름

뭔가를 해내려고 할 때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한다. 그리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마음먹고 하는 일은 이제는 못 할 지경이 됐다. 마음을 너무 많이 먹은 것인가. 그래서 탈이 난 걸지도 모른다. 마음먹기는 끊임없는 인내와 고난을 감내해야하는 단어다.

마음을 잡고 뭔가를 한다는 것은 나를 뛰어넘는 도전을 한다거나 앞으로의 과정이 힘든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라는 의미다. 가혹하게 준비를 하지 않으면 실제 받을 충격이 우리를 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서 마음을 단단히 먹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쓰게 만들고 그만큼 우리를 소진시킨다. 그리고나면 다시 그 일을 시도할 수 있을까. 

대학을 진학하고 취업준비를 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그러한 과정을 다시하라고 하면 끔찍하다고 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대학 수능도 설렁설렁 치뤘고 취업준비도 해본 적이 없고 공무원 시험도 쳐본 적 없지만, 주변 사람들의 깊은 이야기를 듣다보면 (물론 그들의 심정을 1이라도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아 정말 마음이 힘들겠구나 하는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다. 어쩔수 없이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들어가도 얻어터지면서 꿋꿋이 버티고 쓰러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근성으로 밀고 나가야 하는데 피투성이가 된 마음을 이끌고 실패라도 겪는 날에는 마음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는 없다.

사실 나는 다른 방향으로 마음먹기를 했다. 혼자서 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나 스스로 채찍질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입에 풀칠을 할 수도 없다. 그러니 어떻게든 스스로를 다독이며 앞으로 나갈 수밖에는 없다. 이 일을 이렇게 끝내야만 해! 라는 과정의 목표가 강제적으로 세워져서 하기 싫어 죽겠는 일들을 꿋꿋이 해야한다. 스스로 해야하는 일이지만 (물론 기쁘게 할 수 있다!) 그것조차도 많이 쌓이면 압박감이 크다. 마음먹기를 하지 않으면 헤쳐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모든 일을 그렇게 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지친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마음먹기를 그만두고 가볍게 가기로 했다.

“그래? 해보지뭐. 별거 없잖어.”

일을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생각한 후 업무의 양도 계산하지 않고 대충 이정도겠거니 싶은 방향성으로 밀고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14개월 이후 매출은 세 배가 뛰었다. 방향성에서 흔들리지 않으면 되는것이라 생각했기에 별 생각없이 한 달 후, 그 다음 한 달 후를 생각하며 계속 마감을 지속해 나갔더니 확실히 완성된 퀄리티의 작업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마음을 단단하게 먹은 것도 아니었고 마땅히 할 일을 슥슥 처리하는 느낌으로다가 마무리를 해 나갔더니 의외로 수월하게 풀렸다. 

단순하게 생각한다는 건 무계획이랑은 다르다.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하는 것은 일을 못하는 사람인거고, 업무의 절대량을 유지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야 했기 때문에 왠만한 배짱으로는 할 수 있는 업무량은 아니었다. 단순하다는 것은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이었다. 마음의 체력을 키워서 현재를 유지할 수 있는 균형감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나 역시도 그랬다. 마음을 먹은 게 아니라 내면의 체력이 더 좋아진 것이었다. 사소한 일에 흔들리지 않는다거나 남들이 어려워하는 일을 별거 아니라는 듯 생각하게 되는 경험도 하게 된다. 하나 확실한 것은, 그 후로는 일희일비하지 않게 된 것이고 내면이 보다 튼튼해졌다는 것이다. 

마음도 많이 먹다보니, 안 먹어도 그 맛이 뭔지 알게 됐다. 체력이 좋아진만큼 뭔가를 더 하기 보다는 할 수 있는 만큼만 유지하는 게 지금의 나다. 이미 배부르게 많이 먹었으니 그만 먹어도 되지. 

(2020년 2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