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의 개념을 모르는 네살배기 꼬니는 단지 우아 멋지다 라고만 하지 어떤 목적의 게임인지는 모르는것 같다. 꼬니왕자님을 구하기 위해 나는 과연 몇 번을 돌아야 그에게 도달할 수 있을까. 꺾는 횟수를 세려고 하는게 아니라 (이미 세고 있는가) 목표까지 얼마나 인고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내가 개미라고 치면 첫 번째 모퉁이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메뚜기면 금방금방 갈것 같지만, 쥐라면 더 빠를 것이고, 사람이라면 손가락질 한번으로 휙 지나가게 될 것이다. 문제는 내가 어느정도 속도로 달릴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사업의 방향이나 속도를 어떻게 알 수 있으랴. 보통 돈을 벌어들이는 속도로 측정할 수는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건 업계마다 상대적이다.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가 첫 난관에 부딪히는 바로 그 때 내가 한 모퉁이를 돌고 있구나 라는 직감을 하게 된다. 2012년 4월이 바로 그랬다. 급격했던 통기타 붐이 말그대로 죽이 식듯이 폭삭 사그라 들었다. 기타 업계는 재고 소진에 진땀을 빼고 있었다. 우리의 매출도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었다. 2011년 하반기부터 조금씩 침체가 오더니 2012년 중반기까지 지속적인 침체에 빠졌다. 우리 뿐 아니라 모든 기타업계가 모두 그랬다. 1년여에 가까운 시장 침체는 나에게 굉장한 압박으로 다가왔다. 작년 4월~6월정도가 아마 최악의 매출이었던것 같다.
급했다. 당장 뭐든 해야했다. 안그러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이트의 구성부터 상품 구색까지 모든것이 손보고 가다듬어야 할 일이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한 번 잡으면 적어도 3-4개월씩 걸릴 일들이어서 지금 당장 뭔가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럴수가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온라인 매출이 90%정도를 차지했으므로 사이트의 리뉴얼이 최우선 과제였다. 사이트의 구조는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참여도와 매출이 급격하게 뒤바뀐다. 사람들이 사이트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가치와 정립의 문제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으므로 생각할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갔다.
2012년만 해도 총 세 번의 사이트 리뉴얼이 있었다. 그 중 두 번째 했었던 블로그식 사이트 디자인은 우리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했고 매출은 더 떨어졌다. 그래서 수고와 노력이 헛되게 되었지만, 적용하자마자 원상복구를 시켰다. 그리고 사이트 부분 개선을 통해서 가장 절실한 부분들을 먼저 해결해 나갔다. 일반적인 웹에이전시에서 사이트 제작을 진행하듯 기획하고 개선하여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 번에 순차적으로 차근차근 고칠 수 없는 아주 급박한 상황. 그렇게 11월까지 웹사이트를 너덜너덜하게 뜯어 고쳤고 어느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 만큼의 사이트 개선은 올해 초 까지도 계속 이어졌다.
동시에 정말 신의 한수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적재적소의 매장을 찾아냈다. (신의 한수다. 내 의지가 아니었다. 왜냐면 난 돈이 없었으니까.) 최악의 매출을 거두고 있던 4월. 합정역 바로 앞에 2층 매장을 계약하고 종로 사무실이 빠지기를 기다렸다. 월세를 동시에 세 군데 내야하는 상황이 조금 이어지고는 곧바로 모든것이 해결되어 6월부터는 정상적으로 매장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5월에는 한명의 직원을 더 채용하고 (돈이 없었음에도!) 매장은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 매출 증대를 위해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생각보다 매장은 유지가 잘 되어갔다.
7월은 매출이 반짝 오르는 달임에도 성적이 저조하였지만 그때를 기점으로 연말까지 지속적인 매출 상승이 이어졌다. 비정상적으로 매입되던 물품들도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유지해야하는 적정 재고량을 받는 것으로 바뀌어 갔고 계속적으로 재고 유지와 순환에 힘을 썼다. 하나라도 흐트러짐이 없어야 했다. 한치의 잘못된 행동도 치명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실을 다지며 겨울 방학과 2013년 새해를 맞이했다.
한해를 지내며 버텨냈던 것이 용하고 신기했다. 모퉁이를 돌아 난관을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이런 마음이 들자 2013년에 대한 희망이 엿보였다. 기존까지는 생각하기만 했었던 여러가지 목표들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또다시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 쇼핑몰은 메인 키워드의 조회수가 현재 시장 형성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키워드 조회수 대비 매출이 어떠한가를 가지고 못하고 있는지 잘하고 있는지 선방하고 있는지의 판가름을 할 수 있다. 통기타 업계의 메인 키워드는 ‘통기타’이다. 2008년 통기타이야기가 처음 오픈될 당시의 키워드 조회수는 월 3만건 정도였다. 2011년 7월 통기타 키워드 조회수는 월 9만건 정도였다. 세 배 이상 증가한 엄청난 수치였다. 그러니 2010년부터 통기타가 붐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붐을 잘 탄듯 하다.) 그리고 10월현재 통기타 키워드는 2만 8천건이다. 3만건 밑으로 떨어졌다. 사회적인 욕구가 5년 전과 동일한 시대인 것이다. 아니, 좀 더 뒤쳐진것 같다. 시장은 잠깐 팽창했다가 급속냉각이 되어 장사를 포기하는 매장들도 여러군데 생겨났다. 그러나 우리는 키워드 최 전성기였던 2011년 7월의 매출과 비교해 조회수가 1/3토막 났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매출 상황을 보이게 됐다.
2013년 초반에 세운 올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대로 상반기를 투자하여 올해 8월에 현재의 사이트로 다시 리뉴얼을 하였다. 사이트에 업데이트되는 상품 컨텐츠가 검색에서도 제대로 노출될 수 있도록 사이트와 연동되는것 같은 디자인의 블로그를 함께 운영하게 됐고 지금까지는 바빠서 손을 못댔던 온라인 무료강좌와 유료강좌쪽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교본도) 웹사이트의 복잡했던 메뉴 구성을 최대한 단순화 하였고 회원들간의 교류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최근 레벨 제도를 재도입하게 되었다. 결과는 폭발적이다. 레슨 영상이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유입자도 기존 유입의 30%가량 상승하였고 회원들의 글과 댓글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나는 사업적으로 또 다시 모퉁이를 돌고 있다. 사업에서 금전의 문제는 끝나지 않는듯 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어떻게 버티고 신뢰를 쌓느냐가 중요한 시점이 된 것 같다. 지혜가 필요하고 발빠른 추진력과 판단이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언제나 사업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 대비가 잘 된 사장, 위기에 강한 튼튼한 회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모퉁이에서 쓰러질지 모르니까 말이다.
(2013년 10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