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걸 무시한자의 최후

일이든 삶이든 자신이 얼마나 매만지고 가꾸느냐에 따라 정리 정돈이 잘 되는 것 같습니다. 한창 인생이 꼬여가던 시절에는 일이 제대로 안 풀린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일이라는 게 뭐 그렇지’라고 생각하며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니 나는 내 실력대로 일이나 하자라는 태도를 보이곤 했습니다. 그런데 일이 꼬이는 대부분의 이유는 정말 사소하게 정리 안 된 것들이 끝까지 남아 저를 괴롭히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소한 게 나중에는 눈덩이처럼 커져서 심각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이런 게 수십개가 된 거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시간은 없지, 해야할 일은 많지, 일은 꼬이지, 인내심의 한계는 넘어가지.

해결하지 않은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덮어두었던 문제를 슬쩍 들춰보면 난장판인채로 날 보며 슥 웃고있죠. “어서 날 정리해, 안 그러면 나 심술낸다!” 정리하는 방법을 몰랐던 저는 외면과 회피를 계속 했습니다. 이것저것 일도 바쁘니 금새 잊어버리기도 하고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도 하는겁니다. 그러다보면 사소했던 일이었는데 이미 거대해져서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하기도 합니다. 콩알만했던 일이 어느새 커다란 사건이 되어 터집니다. 일이 잘 되게 하는 건 이미 늦었고, 뒷수습을 어떻게든 모양 안 빠지게 해야하는 상황입니다. 내 체면도 살펴야 한다는 저의 태도 때문에 더 수습이 안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난장판이 됩니다.

머리속에 커다란 실타래가 아무렇게나 뒤섞여 엉킨 느낌입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방법은 모르겠고 하나씩 풀자니 까마득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하나씩 해결하는 것이 정답임을 배웠습니다. 할일이 천지여서 앞이 깜깜해도 지금 처리해야 하는 이 일 하나는 꼭 제대로 매듭을 지어야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수면에 떠오른 문제 하나는 사실 문제 다발이었습니다. 그 속에는 결정의 실수, 업무 처리의 미숙, 커뮤니케이션의 오해, 감정 동요등이 모두 섞여있었습니다. 갈수록 머리가 아프고 복잡했지만 한 번에 하나씩밖에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매듭을 지어야 했습니다.

실무와 해결 사이를 정신없이 오가며 어찌됐건 하나의 문제를 해결해내자 머리가 조금 맑아졌습니다. 다행히도 제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되는 문제였습니다. 실력 좋은 사람들은 겪지 않는 문제들을 저는 사소한 하나에도 모두 걸려 넘어지면서 배우느라 남들보다 열 배는 느리게 움직였습니다. 배우고 성장하면서 간신히 남들의 평균 정도에 조금 걸칠 정도의 실력이 되었지만 이러한 데미지가 쌓여 사업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아, 이것은 실력의 문제이기도 하면서 사람의 태도와 됨됨이에 대한 문제로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알게되면서부터는 일 하는 게 점점 느려지게 되었습니다. 조금이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역량대로 일을 하면서도 업무를 체계적으로 해낼 수 있었죠. 일 하는 게 전혀 빠른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비해 안정감 있는 상태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처리 결과도 언제나 좋고, 속도도 더 빨라졌습니다. 마음이 급해서 되는대로 결정 내리고 진행했던 일들이 하나같이 엎어졌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일은 속도가 아니라 체계화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