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이란것을 세 번 해 봤다. 첫 번은 컴퓨터 a/s였고 두 번째는 의류 쇼핑몰이었으며 세 번째는 지금 하고 있는 통기타 판매이다. 앞선 두 번의 사업으로 배운것은 솔직히 없다. 경험적 부분에서 몸소 체험한 사업에 대한 생각들이 남아있긴 했다. 그러나 사업에 대한 진정한 고민을 하고 공부를 하기 시작한 직장인시절. 그때 책으로 공부하고 익혔던 것들이 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것은 실수가 공부가 될 수 있는 최소한의 밑 바탕을 만들어주었다.
의류 쇼핑몰은 정말 나하고 맞지 않았다. 열심히 6개월 정도 해봤는데, 내가 일하는 스타일로는 해낼 수 없는 뭔가의 커다란 벽이 있었다. 물론 그것보다는 의류 쇼핑몰을 하기 위한 센스가 부족했다. 그것만으로도 의류는 해선 안되는 아이템이다. 만약 다른 사업을 했다고 해도 나와 맞지 않는 아이템이었다면 그것에 대해 성공할 자신감은 없다. 못하는건 못하는거니까. 대신, 내가 잘 하는 것으로 아이템을 잡아야 한다.
일전에 얘기했던 부분이지만, 해봐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았다. 굳이 안해봐도 될지 안 될지의 혜안이 없어서였겠지만, 다행히도 의류 사업을 통해 경험적으로 내 속에 지혜가 쌓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중에서 해서는 안될 사업, 도전해도 승산이 있는 사업을 구별할 수 있는 눈 말이다. 남의 사업을 골라줄 수 있는 그런거 말고 내 업무 스타일에 있어서만 캐치할 수 있는 혜안이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일 하는지 모르니까, 그리고 안다고해도 성향을 본인처럼 깊이까지 알 수는 없으니까 선택해주기는 어렵겠다. 여튼, 두 번째 사업을 통해 나는 나를 좀 알게 되었고,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다시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커뮤니티로 사람을 끌어모으는 것은,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이었다. 지금도 이것은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매출로 이어지게 만들지를 고민하고 연구하는것이 가장 즐겁고 재밌다. 이게 비단 온라인에만 국한된 일일까. 오프라인에서도 사람들이 다시오게 하는 방법을 안다. 다만, 너무 힘이 드니까, 시간이 지나면 방전 되니까 엄두를 못 내는 것 뿐이다. 여튼, 사람이 클릭을 하게 만들거나 걸음을 내 매장 쪽으로 돌리는 방법은, 동일하다. 거짓없이, 진심으로, 상대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것이다. 이것이 모든 입소문의 시작이다. 온라인 마케팅이랍시고 갖은 도배질에 쪽지발송, 카페에 글쓰는 프로그램에 검색 어뷰징까지 일삼는 행동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진심은 통하게 마련이니까.
순진한 생각이라 얘기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롱런의 밑바탕이다. 즉, 멀리보고 한 걸음부터라는 얘기다. 당신이 어떤 자신감으로 손에 들고 있는 당신의 상품을 나에게 소개해 줄 것인가. 팔기 위해서라면 생각부터 틀렸다. (뭐 많이 팔기만 하면 장땡이라는 생각이라면 다르겠지만)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상품은 나의 어떠한 빈 자리를 채워줄 수 있다는 상대방의 결핍 상태를 해결해주는 솔루션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놀라운 경험을 해본 사람이 다른 이들을 데리고 오지 않겠는가. 그냥 고맙고 말까?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이러한 일이 생긴다면, 기억속에서 또다시 당신을 찾아 그 사람에게 소개해 줄 것이다.
재무설계를 하시는 분들에게 가장 필요한것은 변액 유니버셜을 파는게 아니고, 해달라고 인맥으로 조르는것이 아니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금융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말 당사자에게 꼭 필요한 것으로만 말이다. 목표와 할당치가 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지만, 목표량에 쫓겨 하다보면 롱런을 하기가 어렵다. 주변을 보라. 롱런하는 분들은 진심으로 대하는 분들이다.
이런 업계 뿐 아니다. 지신이 팔아야 하는 상품이 너무 내키지 않을때는 팔아서는 안된다. 내키지 않는 상품을 파는 것은 자신을 속이는 것과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선뜻 내밀 수 없는 상품이라면 뭔가 문제가 생기지 않겠는가. 그것은 올바른 판매가 아니다. 팔면 그냥 땡이라고, 입금되면 입 싹 닦고 모른체 하는것을 보면 주의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는가. 돈 벌려고 혈안이 된 사람으로 밖에 더 보이겠는가. 악독하다고 하지 않겠나. 도덕적 행실과 사람들을 무시하고는 절대 롱런하지 못한다.
이런것 조차 준비되지 않았다면 판매자에게 남은 마지막 아이템은 ‘할인’이다. 무조건 팔기 위해서 할인해주고 이벤트상품 껴주며 ‘팔기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이 부분이 절대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절대 나쁜것도 아니고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문제는 당사자의 수익성이 떨어지므로 오래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칫 원가 계산이라도 잘못한다면 손해보고 한참 팔아놓고도 자기가 손해 본 줄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 손해를 다 마케팅 비용으로 치환하지 뭐 하는 사람도 있는데, 마케팅은 시간이 지날수록 위력이 세지는데, 이건 그냥 까서파는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할인판매의 관건은 적정마진이다. 적정 마진으로 사업체를 꾸리는데 어려움이 없다면 할인판매가 엄청나게 효과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할인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래서 옆가게에서 할인하는데 나라고 못할까. 또 할인한다. 할인은 경쟁이고 경쟁의 결말은 누군가의 파산이다. 그리고 이익감소로 이어지면서 본인도 고통을 받는다. 이쯤되면 돈 때문에 마음이 강팍해져 있다. 쪼들리게 되면 사람이 날카롭고 예민해진다. 그래서 악착같이 돈만 버는 사람이라고 생각되기 일쑤다. 실은 돈도 못버는데 이런 소릴 들으면 더 억울해할 것이 바로 당사자다.
그러니 결국에는 사람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곳을 만들어서 천천히 가는것이 자영업의 필수요소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진심이 담긴’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매장 한 번 망하면 2-3억 까먹는건 일도 아니다. 그거 그냥 놔두고 느긋하게 살면 1년에 2천만원씩 쓰는 전제로 10년도 넘게 살 수 있다. 엄청나게 많은 돈이다. 지금도 홍대는 곳곳이 인테리어 수리를 하는데 이전 사람은 망해서 나가고 새로 사람이 들어오는 것이다. 몇 억이 왔다갔다하는 자리다. 그래서 지나가다 예전과 다르게 바뀐 매장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구석탱이에 쳐박혀 있어도 잘 되는 가게가 있고 번화가에 있지만 투자비도 못건지고 망해서 나가는 가게도 있다. 온라인이라고 뭐 다를까, 쇼핑몰 디자인 500만원~천만원 넘게 제작해서 물건 3-4천만원어치 사입하고 광고비 한달에 천 만원씩 투자해서 3개월만에 자금 바닥나 망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혹은 더 작게 망하거나 더 크게 망하기도 한다. 물론 작게 망하는 사람들이 월등히 많다.)
그러니 야심차게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한번 자신에게 묻자. 나는 이 물건을 진심으로 행복하게 팔 자신이 있는가.
(2013년 9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