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내 머릿속에서는 “기업 스토리텔링은 어떤식으로 만들어야 할까.”라는 생각으로 가득찬 적이 있었다. 기업 컨설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고민은 사실 낭비에 가깝다. 하지만 점점 이쪽으로 고민의 폭이 넓어진다. 내러티브에 관한 책들도 살펴보고 이야기 구조에 대한 책도 많이 보았다. 그러다가 찾은 것이 이 책이다. 스토리의 과학은 킨드라 홀이라는 작가의 책이다. 그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https://www.kindrahall.com
The irresistible power of storytelling
첫 페이지에 스토리텔링의 거부할 수 없는 힘. 이라고 적혀있다. 어느새 이야기에 푹 빠져봤다면, 인간이라면 이야기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경험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사업하는 내내 이것을 체험했다. 이야기는 가치에 대해, 창업자에 대해, 함께 일하는 동료에 대해, 그리고 이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소비자와 충분한 공감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야기를 이용한다기 보다는, 내 이야기를 통해 소비자들이 공감을 하게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책은 이야기가 성립되는 중요한 몇가지 사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1. 캐릭터
2. 진심어린 감정
3. 상황
4. 그리고 디테일
모든 성공한 이야기에는 이 네 가지 구성이 들어있다. 이것이 원하는 대상과의 간극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 책에서는 간극이라는 말이 굉장히 많이 사용하는데 쉽게 말하면 공감이라고 할 수 있다. 네 가지 중 하나만 들어가도 사람들은 평범한 서술보다 이야기에 더 많은 공감을 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감정에 대한 부분이 특별히 더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감정은 공감의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모르는 사이에서 급격히 친해지는 경우에는 보통 감정적인 부분에서의 공통점을 발견할 때다. 같은 상황에 처해있어봤다거나 상대의 이야기에 나도 그런 적 있었는데 하면서 공감해주는 것이 서로를 더욱 가까이 만드는 거다. 그러니 감정이 배제된 스토리가 나온다면 좀 메마르면서도 설득력 떨어지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이 요소들을 가지고 실제 이야기를 만들면 네 가지의 스토리 공식이 나오는데 이건 책으로 읽어보자. 네 가지 공식이라고 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 내가 평소 콘텐츠 작업을 할 때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해 오던 방식들이 실려있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공감해주는 것, 내 사업을 옹호해주는 것, 함께 해주는 이유가 과연 뭘까. 내가 가치를 가지고 이야기를 쓰기도 하고, 나 스스로(창업자)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도 했고, 목적에 대해서, 혹은 유저들의 이야기를 옮겨오기도 했다. (아 다 말했네) 물론 이 네 가지가 책에 주요한 내용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사실 콘텐츠 설계에서 모든 걸 이야기로만 풀수는 없기 때문에 이외에 다양한 콘텐츠 유형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과 일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고 설득하는데는 이야기만한 것이 없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야기를 발굴하기 전에 사업(혹은 브랜드가)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정립이 우선 되는 게 중요하다. 이 정립이 되어야만 목적에 맞는 이야기를 설계하고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아무리 좋고 재밌다고 해도 사업 기조와 비전, 혹은 방향성과 맞아야 하는 것이다. 아무거나 만들어서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런 것이 없는 회사라면, 이야기 하나가 회사를 먹여살릴 리가 없다. 이게 준비된 상태에서 사람들과 공감할 이야기들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게 수순이다. 사실은, 책을 읽어도 스토리텔링을 해야하는 입장에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책을 읽고 완전히 알겠어! 라고 해봤자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계속 이야기 콘텐츠를 만들어서 배포해보고 데이터를 쌓아야 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특히 회사에서 당장 성과를 내야한다면, 쉽지 않은 도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스토리텔링 콘텐츠의 파급력을 오랫동안 경험해보니 이것만큼 돈 들이지 않고 좋은 홍보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입소문 마케팅이니 뭐니 하면서 되지도 않는 호들갑을 떠는 그 핵심에는 사실 잘 설계된 이야기들이 (의도하지는 않아더라도) 유저들의 공감을 타고 입에서 입으로 흐르는 것이다.
(2022년 6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