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는 닭갈비를 먹기 위해 아침부터 김포로 향했습니다. 중간에 상도동을 들러 지헌이를 태우고 사우동에 있는 닭이봉에 도착. 아줌마 닭갈비 3인분 주세요. 허나 11시 30분에 보기로 한 세림이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전화했는데 연락도 안 받고. 아니, 쎼릠이 약속 까먹었니? 저는 백퍼 취침 중일 것이다에 한 표를 던졌죠.
닭갈비가 나왔고 지헌이랑 둘이 앉아 3인분을 시켜놓고 남으면 싸갈 생각으로 신나게 먹었습니다. 고향의 맛 닭이봉. 김포 수정교회에 다닐 때부터 먹었던 곳이니 15년도 넘은 것 같습니다. 곧 전화가 왔습니다. 새벽 기도 드리고 잠든 쎄림. “씻지 말고 어서 와!” 이 모임은 닭갈비를 먹기 위한 모임이었기 때문에 소귀의 목적을 달성한 후 잠깐 세림이네서 놀고 퇴근을 했습니다.
집에 와서는 권이 학원을 보내고 저녁나절 쳐다보기 싫은 에세이를 다시 펼쳐서 글을 수정했습니다. 제가 썼지만, 글자가 질리도록 많습니다. 그렇게 두꺼운 듄(1권이 950페이지)을 읽으면서도 질린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에세이를 쓰고 있으니 정말이지 글자가 징글징글허게 많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모두 들춰봐야 하는 압도적 분량 앞에서 파일 여는것도 끔찍합니다. 그래도 매일 꾸역꾸역 해야됩니다. 열심히 작업하다가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무시 못 할 양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한밤중이 되어 오랜만에 여목서점 유튜브에 들어가니 구독자가 800명을 넘었습니다. 글쓰기 과정을 만들기 위해 준비해왔던 내용을 하나씩 펼쳐놓고 있는데 콘텐츠를 준비하면서 정리가 되는 기분이 듭니다. 하나 만들려면 정말이지 온몸을 비틀면서 만드는, 근래에 가장 빡센 콘텐츠 작업 중 하나인데 해놓고 나면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수정 중인 에세이는 이거에 비하면 양반김이네요. 앓는 소리는 이제 그만.
여러모로 담백해지는 요즘입니다. 나이를 먹으니 단순하고 정확한 게 좋은 것 같고 삶의 군더더기도 조금씩 덜어내고 있습니다. 역시 저는 돈보다는 시간을 버는 게 좋습니다. 시간이 있어야 낮에 두 시간씩 차를 몰고 닭이봉에도 가고 그러지 않겠습니까. 생각해보니 여유 부리는 것만한 사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