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은 큰 한걸음

천천히가 통할 때가 있고 아닐때가 있다. 올해는 틀려먹었다. 신경 쓸게 많다고해도 어떻게하든 그걸 놔두고 해야할 일에 집중해야 했건만 그러질 못한다. 그래서 이것도 신경쓰고 저것도 확인하고 하면서 장기적으로 멀리 보고 천천히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시월. 올해는 망했다고 보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일분 일초는 내 걸음걸이 보다 타자보다 빨랐다. 급하거나 중요한 일을 먼저 하다보니 해야할 일을 위해 남겨둘 시간이 적었다. 그리고는 다시금 시기를 놓칠랑 말랑하고 있다.

반면, 내가 할것만 하고 주변업무에 소홀히 했다면 분명 큰 문제가 생겼을거다. 매출말이다. 정비와 개선할 사태가 산더미인데 그런건 아랑곳 하지않고 신규 사업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함은 중요하다. 그러나 기반을 다지는 것에 소홀했다면 위기 상황에서 자신감이 생길수는 없다. 올해 말이 되면 우리가 얼마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최대치가 나올것 같다. 그러면 정말 밑바닥을 탄탄하게 가져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든다.

위 말을 합쳐보면, 결국 올해는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완성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한가지 주목할만한 사건은, 바로 작은 회사지만 시스템이 적용되는 중이라는 사실이다. 이 시스템이 별것은 아니지만 업무영역과 업무 방식이 체계화 되다보니 (거의 3년간?) 이제는 제법 자리를 잡았다. 특히 올해는 예년과 달리 업무을 하나씩 이관하면서 체계를 확실히 잡았다. 우리 직원들이 많이들 따라와줘서 이제는 다들 실력들도 늘고 내가 없어도 체크하고 개선하는 일에 적극적이 되었다. 나 없어도 사업체가 발전하고 개선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이제는 나도 마음놓고 새로운 영역에 들어설 수 있을것 같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올해 해야할 것들을 못한것은 결국 내 책임이다. 예상대로 됐다면 좋았겠지만 시기적으로는 시스템의 결여로 예전처럼 다시 회귀할수도 있었고 둘다 제대로 안될 수도 있었겠다. 결과야 알 수 없지만, 얼기설기 만들어 놓은 대나무 바구니가 이제야 대략의 모양새를 갖춰간다고 할까. 미리 설레발쳐서 되는건 없다. 없었다. 뭐든 분위기와 환경이 함께 만들어져 가면 그만큼 실패할 확률이 적었다. 그렇게 환경과 시스템이 갖추어지면 한발을 뗐을 때 영향력이 크다. 나같은 자영업자에게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이게 없으면 휘둘리는 구멍가게 이게 있으면 그저 기본체력만 겨우 챙겨놓은 회사. 그런 의미에서 큰 한발을 내딛었다.

그리스펀 아저씨도 얘기했듯 미국의 두번의 금융위기 사태때 어떤 경제 전문가들도 그 상황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한다. 무슨 말일까. 미래의 변화는 전문가도 모른다는 말이다. 하물며 일개 자영업자가 알랴. 그러나 이거 하나만은 분명하다. 얌전하게 근성으로 한해를 마무리 해야할 때다.

(2013년 10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