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쓰던 글

예전에 쓰던 글은 홈페이지로 옮기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브런치와 메모장에 가득한 생각들 중 몇 개는 옮겨두었지만 이젠 그러지 말자 다짐하는 거다. 삶의 최전선에서 여전히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는데 이전의 글은 더욱 벌거숭이 같다. 몇년 사이 생각도 무르익어가고 글도 단순해져가는 중이라 장황했던 나의 과거의 서사를 이제는 좀처럼 읽기가 힘들다. 그래 이런 건 정리하는거다. 마음을 먹고나니 남은 기록들은 어디로 가는걸까. 박스에 담아 다락에 넣어둬야지. 더 오래되면 갖다 버리거나 불태우게 되고. 아니면 지금 불태워 버릴수도 있다. 근데 써둔 글이 모두 디지털이라 불태울 수가 없네.

읽지도 않을 글을 그리도 많이 써놨나 싶었는데, 남아있는 글은 결과물일 뿐 결과가 나를 성장시켜준 건 아니다. 오늘 하루를 뭐라고 쓸까 브런치에 한 문단 남기려고 두시간씩 고뇌하던 그 과정이 나를 성장시켰다. 남아있는 글은 그당시의 부족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 시절의 엉성함이 적나라해서 다시 읽어보자니 낯이 뜨거운데 참고 꿋꿋이 몇개 더 읽어보니 역시 안되겠다. 없애버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완성형이라는 건 일종의 희망고문이다. 실력은 완성된다기 보다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어느 최상단까지는 올라갈 수 있고, 그 후로는 노련해지지만 전성기의 모습에 비길수는 없게 된다. 반면 나의 글쓰기는 남들의 최상단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발끝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니 나의 최상단은 다른이들의 시작점이나 다를바 없고 아무리 노련해진다고 해도 나의 전성기의 모습에 비길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나의 전성기는 오지 않았지만, 그래봤자 하찮을 것이고 노련함의 시기는 그보다 더 하찮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글쓰기 실력의 노련함을 노련함을 갈고닦기 보다는 더욱 필사적으로 오늘의 한 줄을 남기기 위해 정신을 모아보는 것이다. 하루를 응축하기 위해 생각을 가다듬는 시간이 값지고 그러다가 툭 나오는 한줄의 문장이 모이면 지금 쓰는 이런 글이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