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선택을 줄여나가는 방법

토요일 한낮의 올림픽대로는 말 그대로 꽉꽉 막혔다. 늦게 잔 탓에 피곤함이 눈꺼풀에 한가득 일렁였고 잠을 몰아내기 위해 창문을 열어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았다. 결혼식장인 수정교회는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에 다녔던 교회다. 대략 6-7년을 다녔는데 그 사이 나는 직장 생활을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하면 함께 일할 사람들이 필요했는데 교회 청년들 몇몇을 직원으로 고용하게 되었고 대근도 그 친구들 중 하나였다. 그 후에는 교회가 사는 곳과 멀기 때문에 다른 교회로 옮기게 되었고 사업을 정리한 후부터는 함께 일했던 친구들과도 연락이 뜸해져 이곳에 올 일이 거의 없었지만 대근의 결혼 소식에 토요일 오후의 나른함을 물리치고 수정교회로 향했다.

본당으로 올라가니 인사를 하고 있는 대근과 부모님을 만날 수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정성을 다해 축하해주고 뒤를 돌아보니 축의금을 받는 자리에는 석민과 동진이 있었다. 이 둘도 나와 함께 일했던 친구들이다. 보통은 일가 친척들이 맡는 자리인데 친척이 아닌 교회 사람들이 있다는 건 좀 신기했다. 동진에게 물었다.

“여기는 보통 가족이나 친척들이 있지 않아?”
“저희는 뭐 친척이나 다름없죠. 허허.”

맞는 말이다. 삶의 절반 이상을 같이 살아온 사람들이니 가족과 다를 바 없다. 나는 예배당 뒤쪽에 잠깐 혼자 앉아 있다가 아는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아 (예식이 길 듯하여) 식당으로 혼자 내려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예식을 마치고 수원에 어머니를 보러 가야 해서 내비를 찍어보니 빨리 가도 김포에서 1시간 30분이 넘게 걸린다.

식권을 주고 식당으로 들어오니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그릇을 하나 챙겨 샐러드 위주로 챙겨서 한 접시 놓고, 잔치국수를 하나 작게 말아서 자리에 앉았다. 혼자 앉아 먹으면서 주위를 돌아보니 정말 아는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다닐 때만 해도 청년부가 6-70명은 족히 되었으니 아는 사람들이 있을 법한데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 한 명 찾았다. 대수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대화가 끝나자 나와 눈이 마주쳐서 (강제로) 내 자리로 와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대수는 훤칠한 외모에 여전히 피부가 좋아 보였다. 예전부터 서로 진지한 이야기들을 나누던 기억이 있었다. 몇 분 안 되어 정서가 인사를 하러 왔고 우리 셋은 같은 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간 어떻게 살았는지를 묻기 무섭게 우리들의 이야기는 사는 이야기(정확하게는 돈 버는 이야기)와 건강 이야기로 흘러갔다. 이것은 3-40대가 만나면 떼려야 뗄 수 없는 핵심 주제이다. 사실 이게 곧 사는 이야기이다. 60대가 넘어가면 대화 주제가 건강과 정치 이야기로 바뀐다고 한다. 60이 넘으려면 아직은 멀었으니 정치 이야기는 안 하는 것으로. 

“집에서 책 보고 글 쓰고 놀아. 주부라서 저녁 준비하고 또 유튜브에 콘텐츠 만들어 올리는 거 있는데 그거 일주일에 세 개 하고 있고, 가끔 게임하고. 그게 전부지 뭐.” 나는 누가 뭐래도 한량의 삶을 살고 있다. 올해까지는 많이 안 벌고 시간을 누리는 중이다. 내년에는 여기서 뭔가를 더 해볼 생각이지만 지금의 상황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둘은 새로운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했다. 정서는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을 하는 중이라 뭔가 안정적인 것을 위해 공부를 하지만 새벽까지 일하느라 시간이 많지는 않은 듯했다. 자세한 내막을 묻지는 않았지만 정서는 계속 자신이 게을러서 뭔가 제대로 안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을 했다. 

“게으른 사람이 새벽까지 일하는 거 본 적 있어? 너는 게으른 게 아니고 삶을 영위할 만큼 아직 돈이 충분히 들어오는 게 아닌 것 같아.” 1인분의 노동력으로는 1인이 살 수 있을 만큼 밖에 벌 수 없다. 더 벌려면 특출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정서도 그 이유로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듯했다. 나는 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외부의 환경이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거기에 반응하는 것은 사람이고, 각자는 좋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언제나 좋은 선택이 되는 건 아니거든. 실제로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거나 좋은 결정을 했음에도 운이 안 따라주는 경우도 있고. 중요한 건 우선 자신의 실수를 줄여나가는 것인데 그러려면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를 우선 알 수 있어야 돼. 자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볼 일이야. 이걸 통해서 나의 잘못된 결정을 (다시 말해 잘못된 사고방식을) 조금씩 바꿔나간다면 인생에서 좀 더 좋은 선택으로 바꿔나갈 수 있거든. 그렇게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독서야.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경험을 갱신하고 나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 접는 거지.” 

개인의 간단한 수기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가 적힌 자기 계발서를 수 백 권 읽으며 느낀 것은, 사람은 자기만의 방법으로 성공을 하고 그것은 자기 성찰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자신을 바꾸려는 노력은 삶의 실수를 줄여준다. 잘못된 선택과 실수가 줄었기에 삶은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선택을 해야 했다. 정서와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일어서야 했다. 점심도 먹었겠다 막 졸려올 시간인데 한 시간이 넘게 운전해서 수원으로 가야 한다. 창문을 활짝 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