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중년 모임

오늘 (2024년 1월 14일) 초콜릿 책방에서 독립출판 중년 모임이 있었습니다. 저도 중년인지라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고 앞으로 ‘중년’만 붙으면 그 모임은 전부 나가겠습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중년 모임을 만들진 마세요. 집에서 놀아야 하는데 나가야 되잖아요.

이 모임에는 스무명 가까이 오셨습니다. 헬로인디북스 대표님이 자리를 마련하셨고 사람들은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이곳에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고민이 있다기 보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에세이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먼저 독립한 선배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던겁니다. 독립출판에 대한 나름의 고충과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4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이것은 먹고사니즘에 대한 이야기이고 원활하게 이루어지지만은 않는 업으로서의 존재 증명 시간이었습니다. 다들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출판도 서점도 마찬가집니다. 돈 안 되는 산업에서 무엇을 해야 조금의 수익을 얻어 다음 작업을 이어갈 생계가 될 것인지가 이 모임의 화두였습니다. 물론 답이랄 건 없었고 자신의 상황과 해결책을 이야기하면 다른 참여자가 그 위에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덧붙이면서 이야기가 쌓여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해결할 수 없는 업계의 벽 같은게 조금은 느껴졌습니다. 독립출판이라는 시장의 한계와 돈이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같은 것이었죠.

독립출판에서 저는 ‘사람들이 찾지 않을 작업을 하고 사람들이 찾기를 바랄 것인지’가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입장에서 자신이 만든 작업물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수요를 모른채 작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 대중에게 사랑을 받아야하는 딜레마에 놓이죠. 마케팅 입장에서는 시작부터 잘못되었다고 말해야겠지만 그것은 풍성한 생태계를 획일화하는 일이 될 거 같습니다. 모두 마케팅적으로 만들면 시장이 금방 쓰레기가 되거든요.

네이버 블로그 보세요. 이제 네이버 블로그는 광고 전단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습니다. 돈이 조금 벌린다고 블로그판을 황무지로 만들어 버린거예요. 물론 아직 네이버를 검색하는 사람은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나 되니 앞으로도 문제는 없을겁니다. 네이버가 블로그를 정상화 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으니 어느정도 약발이 먹히기는 하겠지만 자극적 마케팅이 먹히는 이상 블로그의 황무지화는 가속화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팔리지 않을 책을 만들면서 팔아야 하는 전업 독립작가들이지 않을까요. 많이 팔아서 성공해야지라는 이상과 한 권도 팔리지 않아 난처해진 생계 사이에 괴리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돈이 되지도 않을 작업을 진행하면 주위에서 들려오는 핀잔과 무관심을 이겨내고 작가라는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도 추가됩니다. 거기에서 생기는 심리적인 위축이 가장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작가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문제이긴 하지만 찾다보면 그 미묘한 접점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관심사와 유저의 관심사가 맞는 부분을, 그 부분이 아무리 얇다해도 찾아내야 하는 것도 작가의 일인 것이죠. 모임중에 저도 저의 경험을 조금 덧붙이기는 했지만 그 이야기만으로 사람들의 삶을 나아지게 만들수는 없으니까 한낱 허공의 울림에 불과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나는 글만 쓰겠어, 그림만 그리겠어, 이야기만 만들겠어!라는 외침이 갈수록 나는 고립되겠어로 들리는 것은 제가 너무 마케팅만 오래 생각해왔기 때문일까요. 모두들 다른 고민으로 모였지만 결국 우리는 생계라는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p.s. 그리고 비문증엔 삶은 당근이 최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