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빼는 것

무언가를 하기위해 나의 의지가 하늘을 찌를 때, 그 때마다 고꾸라지는 경험을 한다. 매번 그렇다. 일이야 잘 풀리면 좋은 것이고 돈이야 잘 벌면 좋은 것인데 나의 대부분의 의지와 노력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고 남은 건 실패의 경험뿐이었다. 잘 하려고 기를 쓰고 매달리고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달려들수록 나는 뭔가 힘이 빠지는 느낌을 받았었다. ‘꼭 이렇게 해야만 일이 되는걸까.’라는 질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십차례의 좌절과 실패가 오다보니 자연스레 힘이 빠지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될 일도 안 되는구나를 많이 느끼고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사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억지로 무언가를 강제로 끌어올리려 할 때마다 사단이 났다. 힘은 힘대로 쏟지만 그것과 관련한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러면서 조금씩 성장을 하지만 하나씩 적용하기에는 나의 무능력이 점점 드러날 뿐이었다. 아 그래 실력이 없구나를 많이 느끼는 시간이었다. 

어쩔 수 없이 힘은 빠지게 된다. 힘이 빠진다는 것은 숙련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일이 되어지는 순리대로 맡긴다는 뜻도 된다. 일이 잘 되는 순리라는 건 사실 모른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주 작은 움직임으로부터 시작한 일이 만들어지고 연결되고 스스로 지어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일이 잘 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잘 되어지는 상황이 있고 그걸 옆에서 잘 관찰하면서 조금씩 키워나가는 것이다.

느리게 걷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풍경이 있듯 힘을 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거기에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것을 감당할 실력도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니, 실력이 쌓이면 힘이 빠지는 법이다. 기타도 훌륭한 연주자들은 힘을 빼고 연주한다. 그것은 힘을 빼서 연주를 잘 한게 아니라 연습이 쌓이다보니 힘을 조절할 수 있게 되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사업은 생각보다 힘을 빼는데 많은 에너지가 들었다. 실력이 쌓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 후로 정상 궤도로 달려본 경험이 없다. 지금껏 밭을 갈고 준비만 해 왔는데 좋은 볕이 들면 자연스레 싹도 나고 열심히 자라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내가 할 것을 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2020년 2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