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이 이리저리 흘러다닌다는 것을 알게된 후 집중을 하지 않으면 그 일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를 시작하는데는 보통 15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던데, 업무에 바로 집중을 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생각할 게 많다는 뜻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드디어 ‘아, 지금 내가 할 일이 이거지!’ 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가 보통 15분이라는 것이다. 업무까지 찾아 들어가는 생각이 꽤나 오래 걸린다. 그래서 평소 노트를 해 두고 정리를 하면 이러한 시간 낭비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정리하는 게 더디고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을 체계적으로 한 번에 진행할 수 있고 업무 중 스트레스를 많이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생각이 복잡해지지 않고 돌발 상황에 보다 유리하게 대처할 수 있다.
노트를 하는 것도 생각하는 방식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눠진다고 생각한다. 생각을 펼칠 때가 있고, 펼친 생각을 정리를 해야할 때가 있고, 정리한 생각으로 할 일을 도출할 때가 있다. 이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1. 생각을 펼칠 때라는 것은 아무렇게나 생각나는대로 휘갈기고 그리고 적어둔 것을 서로 이어붙이는 걸 말한다. 일종의 낙서장이다. 머리속에 추상적인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으면 언제든 사라져버려서 찾기가 힘들어진다. 그 형상을 그대로 종이에 옮겨두어야 하는데 그건 글로 써도 괜찮고 어떠한 모양이나 형태로 그려두는 것도 상관이 없다. 그런 것만 할 수 있는 막 쓰는 노트를 하나 준비하는 게 좋다. 글을 주루룩 쓰는 것도 결국엔 글을 볼 때 이미지화하여 상황을 인식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낙서장 정도로 사용할 노트 하나가 필요하다. 다른 것들과 섞이지 않게 구분하는 것이다. 뭐, 섞여도 상관없고. 하지만 여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생각을 주루룩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그걸 조직화하는 과정을 계속 거치는 것이다. 처음엔 생각을 러프하게 늘어놓고 어떤식으로 일을 전개할지 계속적인 추가 삭제 과정을 거친다. 노트 아끼지 말고 몇 번에 걸쳐서 재구성을 하며 할 일을 구체화 시키는 것이다. 간단한 사안이라면 이런 과정 필요 없이 바로 할 일 목록에 적으면 되지만, 이번 신상품의 홍보 컨셉을 잡는다든지 상품 기획 단계에서 혼란한 상황을 만나는 식으로 무언가를 계속 생각해내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 생각을 재구성하는 과정이 수 십 번은 필요하다. 몇 날 며칠이 걸리기도 하고 4-50페이지의 노트가 필요하기도 하다. 일의 대부분은 여기에서 완성된다고 보면 된다.
2. 그 다음 펼친 생각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다. 이것은 구체적으로 문장이 만들어지면서 할 일을 어떻게 할지,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갈지, 무슨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등등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도출’하는 시간이다. 낙서 노트에 아무렇게나 쓴 다음 그자리에서 정리를 해본다. 생각을 펼쳐놓고 생각할 때와 아닐때는 결과적으로 많은 차이가 난다. 디테일이 많이 추가되고 사안을 보다 객관적으로 보게 만들어준다. 내가 쓴 글이며 도표를 내가 보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객관적이 된다. 그래서 보다 다양한 생각을 도출할 수 있고 그걸 차례대로 정리만 해두면 된다.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단순히 노트에 적어둔 생각을 차례대로 적는 것이 아닌 도출된 내용으로 앞 뒤의 맥락을 살피며 할 일을 구체화 시키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누군가에게 보여 줄 필요가 있다면 앞선 내용을 토대로 체계적인 보고서를 쓴다거나 발표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생각을 펼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을 펼치는 과정이 러프한 스케치 같은 거라면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은 설계도를 구체적으로 제작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3.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리한 생각으로 할 일을 도출하면, 그걸 일정과 할 일 목록으로 등록하는 작업이다. 보통 일정은 스마트폰으로, 할 일은 다른 노트에 카테고리별로 적는다. 그리고 실행한다. 일정에는 당일에 진행할 중요한 일이라든지 간단한 약속 정도만 올려서 알람을 받는다. 할 일을 진행하는 것은 그저 단순히 할일을 중요도 순으로 나누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을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순차적인 일이 발생하고 그것으로 인해 복잡한 스케줄과 할일 목록이 만들어진다. 그걸 잘 관리하는 사람이 업무도 자신의 일도 잘 해낼 수 있다. 사람마다 일정과 할 일을 관리하는 방법이 서로 다를텐데 이건 다음번에 생각해보기로.
나는 보통 이렇게 세 단계를 거쳐서 노트를 정리한다. 자신이 할 일이야 뻔한 것이니 정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자신이 맡은 임무(Role)이 많아지면 헤깔리기 시작하고 잊어버린다. 업무가 복잡하고 계층이 많은 일일수록 더 그렇다. 이렇게 정리를 해두지 않으면 업무에 문제가 생기고 자신을 스스로 컨트롤하고 움직여 나가는 데 많은 어려움이 생긴다. 그러니 이러한 분류의 노트정리는 체계적인 구성과 생각 정리도움이 된다.
(2020년 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