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갈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면 안 되는거였다. 바득바득 일을 했어야 했다. 돈 때문에 죄인 된 적이 여러번이다. 그리고 오늘 다시금 죄책감이 들었다. 한동안 나이브한 나를 탓하는 적이 많았다. 이렇게나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조금이라도 쉬거나 일할 시간에 가만히 앉아서 뭔가 나를 위한 일을 하는 것이 싫었다. 죄책감이 들고싶지 않아서였다. 돈도 없는데 헛짓거리하는게 싫었다. 누구에게 그런 소리 듣는 게 싫었고 나 스스로도 용납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루종일 널부러져 노는 꿈을 꾸고 게임하는 상상을 한다. 마음이 급해서 그러질 못한다.
적성에 맞는 돈 되는 일을 하는 건 나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약간이라도 나와 맞지 않았다면 돈이 되는 일도 그만두었다. 그러나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닥치는대로 계속 모으고 벌었어야 했다. 쉴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도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들으면 이런 후회를 하게된다. 내 행동에 다시금 자괴감이 든다. 사람이 독해지면 어떻게 될까. 주위 사람들이 떠나가겠지. 아니 내가 떠날거다.
(2020년 3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