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헛소리

어느 순간 나는 물건 하나 상품 하나를 만드는데 굉장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불과 7-8년 전만 해도 대충대충 어느 정도 그림만 나오면 실행하곤 했는데 확실히 사람이 달라졌다. 여기에는 대충대충 했을 때 오는 허술함, 허술함에서 오는 끊임없는 반복 수정과 업그레이드에서 오는 피곤함, 길을 잃고 좌충우돌하는 혼란함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걸 오랫동안 겪고 나니 한 번 준비할 때 제대로 해야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종착지를 찍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 상품을 이 정도까지는 해놓을래라는 목적지는 만들어두어야 과정을 개척할 수 있다. 그게 없으면 종착지가 어디든 될 수 있기에 (열린결말?) 헤매거나 부유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되어 일이 좀처럼 진행이 되지 않는다. 하다가 일이 엎어져 버리기 때문에 쏟은 시간이 통째로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되니 그냥 기획을 똑 부러지게 잘하는 게 더 중요한 것이고 기획도 추상적이 아니라 굉장히 구체적으로 현실감 있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현실감이 없으니 벌어지는 문제들은 너무나 많다. “이거 이렇지 않을까? 당연한거 아닌가?” 물론 나도 굉장히 많이 하는 추측이고 가설인데, 이런 생각을 ‘믿어버리면’ 모래를 신뢰하고 기둥을 박는 꼴이 된다. 가설에 의존하여 기둥을 세우고 실행을 하다 보면 결국 무너진다. “이렇게 되면 이렇게 될 테니 우리는 저렇게 해야 되는 거네!” 이렇게 생각하지만 실제 부딪혀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가설을 세우고 시간과 비용을 많이 들여 가설이 마치 진실인양 ‘확정’한 후 일을 진행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그러니 대충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헛소리 하지 말고 목표를 딱 찍어둔 후 현실적으로 몸을 부딪혀 나가면서 가설을 검증하고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전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020년 11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