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일한지 만 4년이 되었다. 지난 3년간은 업무를 압축적으로 지속했고 그 결과로 지금은 루틴한 일 몇개만 남았다. 교재를 만들고 원더스 일도 하면서 올해는 마무리 될 거 같다. 그 외에는 업에 대한 글을 쓰고 있고 통기타에 관련된 에세이를 쓰고 있다. 새로운 씨앗을 심고 있다.
무언가를 키워내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수면 아래에서 1미리씩 자라는 과정을 아주 오랫동안 인내하며 정성들여 키워야 한다. ‘일이 된다’는 것은 디테일과의 싸움이라는 걸 알고나서 사소한 것들을 무시하고 지나가던 과거를 뉘우치게 되었다. 일을 혼자 하건 100명이 하건 마찬가지다. 디테일이 무너지면 사업이 튼튼하게 자랄 수 없다. 일이 한창 진행되는 그 긴박한 순간에도 끄끝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간과했던 세부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는 알게된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구나.
그래서 지금 하는 일들은 기획을 철저하게 잡고 들어간다. 그러려면 기획하기 전에 관찰하고 경험하는 시간을 아주 오랫동안 가진 후 그걸 바탕으로 생각을 넓게 펼쳐놓을 수 있어야 한다. 업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인 것이다. 자료를 찾고 떠돌아다니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 이해하고 소화하는 시간 없이 바로 아이템 들고 사업을 시작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그래서 기획에서 그림이 안 좋으면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엎어진다. 내 얘기 뿐 아니라 사업을 같이 하던 사람들을 봤을때도 거의 다 그랬다. 시작부터 잘못된 것은 해서는 안 된다. 돈과 시간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너무 크다.
경험하고 생각을 축적하는 것이 1/4, 이걸 바탕으로 기획하고 설계하는 것이 2/4, 실행하는 것이 3/4, 그리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4/4이다. 앞의 두 단계가 수면 아래의 준비과정이다. 사실 절반이라기 보다는 70%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오랜 시간 준비하고 공부하여 축적된 안목이 있다면 된다. 집요하리만치 수면 아래에서의 시간을 압축적으로 잘 보내야 한다. 그렇게 해도 한 두 개만 수면 위로 올라오고 몇개는 자라다가 마르기도 하고, 몇개는 싹이 나오지도 않는다.
(2021년 6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