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목서점 개장

여목서점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드디어? 내가 무언가를 할 것인가’ 생각한다면 그것은 경기도 오산 십산이다. 이 홈페이지에서는 단 한 가지, 에세이만 써서 올릴거다.

한 동안 이런 공간을 만들려고 욕심을 부렸다. 여남은 지력을 모두 사용해 블로그를 만들어보았지만 헛수고였다. 쓰고싶은 게 너무 많았던지라 다양한 분야의 것들을 모두 써볼 요량으로 호기를 부렸다. 글 하나 쓰는 것도 시간이 걸리는데, 카테고리가 많다보니 글 하나 쓰면 아 저것도 써야 되는데, 그것도 써야되는데… 쓸게 너무 많았지만 하루종일 앉아서 글만 주야장천 쓸 수는 없었다. 넷플릭스도 보고 유튜브도 시청해야 올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쓰던 글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더 많이 들어갔으며 에너지를 쏟는 것도 한계가 있었는데, 거기에 분야도 많아지니 못할 노릇이었다. 몇년간 씨름하다 포기했고 (아무도 모르는) 그 블로그는 방치된지 오래다.

얼마전에는 다 버리고 하나만 해보자 싶었다. 그럴려면 뭘 해야하는걸까. 가장 하고싶어하는 건 뭘까를 그 카테고리 안에서 생각해보았다. 단 하나였다. 글쓰기. 글쓰기가 나는 가장 좋았다. 사람들과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도 즐거웠고 콘텐츠를 만들고 설계하는 것도 재미 있었지만 무엇보다 밤을 새며 하고 싶은 일은 단연 글쓰기였다. 모든 카테고리를 버리고 내 이야기를 써보기로 하자. 이거 하나만 하자.

콘텐츠로 마케팅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다 보니 사람들과의 대화도 역시 이쪽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이 사업에 집중하지 않고 이것저것 어영부영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이보시오 양반, 한 가지만 하십시다. 왜냐허면 힘이 낭비되기 때문이오. 일 하나가 되어지도록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힘이 필요한 줄 아시오? 그 정도로 어영부영 하는 식으로는 될 일도 안 되는 법이라오. 이럴 땐 나의 이 에네르기파를 한방 맞으면…” 물론 나는 에네르기파를 쏘지는 않고 참는다. 다른이에게도 이렇게 호통을 칠 정도인데 정작 나는 나에게 관대했다.

어찌되었건 지금 나에게 인생에서 한 가지만 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글쓰기이다. 베이스 기타도 빼놓을 수는 없지만… 글쓰기는 좋아한다를 넘어 일상이 되었다. 글쓰기는 지치지 않는 재미가 있으며 나를 일깨운다. 한 가지를 집중하여 오랫동안 하는 훈련은 사업을 하면서, 책을 만들면서 많이 해 보았다. 내 성격을 거스르는 고된 일이지만 지난한 시간을 보냄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을 충분히 인내하면 내가 인생에서 겪어보지 못했던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온다.

이 홈페이지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줄지 나는 모른다. 브런치나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는 이제는 더 이상 갖고싶지 않고 이 홈페이지에서, 온전히 나만의 공간에서 나는 글만 쓸 것이다. 감정의 지옥을 오르락 내리락 할 때조차도 가감없이 행복을 표현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글로 써 내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