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내면에서 강력하게 외치는 소리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날 조정하려는 미디어들의 침략으로부터 내 ‘주의’와 ‘집중’을 보호해야겠다는 결심이다. 작업을 하다가 이것저것 생각이 불쑥불쑥 튀어 나오는 이유도 매일 동일한 시간에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의 영상을 기다리거나 페북에 올라왔을 것 같은 다른 이의 소식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집중하자 잡생각을 지워보자한들 스마트폰의 패턴에 익숙해진 뇌는 내 의지를 거역하고 이미 손을 움직여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그러다가 퍼뜩 정신을 차린 이성은 얼른 폰을 끄고 거치대에 두라고 지시를 한다. 그리고나서 핸드폰을 하지 않기 위한 피쳐폰을 검색해본다.
그러다가 등장한 라이트폰3. 정말이지 예약 결제창까지 갔다가 한글 입력이 안 된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결제창을 껐다. 어색한 사이즈의 폼팩터와 기능없는 저 깔끔함에 나는 영락없이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백만원이 훌쩍넘는 최첨단의 아이폰으로 그동안 나는 무얼 하고 있었던걸까. 이런 고급 폰을 사용하여 성과를 내기에는 내 라이프스타일은 너무 하찮다. 20대때는 1기가 하드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컴퓨터로 디자인도 하고 홈페이지도 만들면서 돈을 벌었다. 그때 PC보다 지금의 아이폰의 훨씬더 고사양이지만 이걸로 아무 성과도 만들지 못하니 이제 스마트 폰은 나에게 사치처럼 느껴진다.
대학시절 작고 단순한 피처폰 하나, 카메라는 스냅용 하나, 그리고 책 한 권 들고 다니는 간단했던 라이프 스타일은 이제 스마트폰 하나로 모두 통합되었다. 모든 게 폰 하나에서 할 수 있는 최첨단의 세상이 되었지만, 디지털 공간이 아니라 실물 공간에서 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간절해진다. 내 라이프스타일을 다시금 과거로 돌릴 수 있다면 나는 다시 피처폰 하나, 스냅용 리코 GR3 하나, 그리고 몸을 써서 작업하는 일이면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