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3교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게 왜 저에게 중요했는지 모르신다면 제가 왜 기뻐하는지 알 길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갈팡질팡할 때 3교에서 방향을 알게 되었기에 이토록 기뻤던 것이고, 그 기조대로 글을 계속 고쳐나갔기에 안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방향대로 가다 보니 쓸데없는 글이 가지치기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불필요한 챕터들도 눈에 보였고 잡설들도 제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치 불도저가 큰 삽을 내리고 앞으로 밀어 부칠 때, 쓸데없는 것들이 앞에 쌓이거나 옆으로 빠져나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 글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챕터를 하나씩 읽고 수정하는데 거의 모든 문장을 다듬었기 때문입니다. 35페이지를 작업하고 있는데 앞으로 200여 페이지가 남은 것이죠. 이 정도 분량의 글을 읽고 쓰는 게 익숙지 않다 보니 고쳐야 할 내용이 까마득해 보였습니다.
‘앞의 문단에서 지금 문단은 도약이 너무 심해.’, ‘모호한 내용이 너무 많아.’ 구성에 맞췄다고 생각하고 쓰는 중이었는데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두 문단을 고치는데 어느새 네 문단으로 늘어 내용이 산으로 갑니다. 다시 읽어보니 불필요한 내용이 또다시 들어갔어요. 필요 없는 내용을 지우고 산에서 다시 내려옵니다. 네 문단까지 늘어났던 글은 새로운 두 문단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글을 고치고 나면 다음 문단이, 다음 챕터가 기다립니다. 아마 이후로도 같은 방식으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겠죠.
어떤 챕터는 지금까지 썼던 내용과는 결이 완전히 다른 겁니다. 예전 같으면 어떻게든 고쳐서 썼을법하지만 이제는 그게 주제와 맞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전부 덜어냅니다. 말하고 싶은 방향성을 고려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써놓으니 이 녀석이 모른 척 한 챕터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죠.
저는 그런 줄도 몰랐습니다. 읽다 보면 이 글은 미묘하게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은 아주 짧게 지나가는 터라 무시했습니다. 그런데 그 작은 신호를 이제는 무시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달라? 왜 다르지?”라고 생각하고 이유를 캐내지 않으면 글이 매끄러워지지 않더라고요. 거칠거칠한 느낌이 들고 거슬립니다. 읽다 보니 그런 부분을 발견하고 여러 챕터를 덜어냈습니다. 오히려 속이 편하네요.
내용을 덜어내니 글의 후반부에 두 챕터 정도는 더 써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제목을 붙여놓고 하나씩 쓰다 보니 들어가야 할 내용들이 보여서 계속 썼습니다. 일주일이 걸려서 두 챕터를 더 추가하였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쓰려던 내용을 쓰지도 않은 겁니다. 그 사이에 있던 일을 오밀조밀 채워 넣다 보니 두 챕터가 늘어난 것이죠. 원래 쓰려던 걸 다 쓰면 다섯 챕터까지 늘어날 판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읽었습니다. 힘들여 쓴 두 챕터가 여전히 글의 주제와 맞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 빼야겠죠. 과감하게 지우고 목적하던 글을 천천히 다시 썼습니다. 쓰는 동안 이게 언제 끝나나 같은 생각을 끊임없이 했습니다. 그렇게 2주, 3주가 흘러 결국엔 전부 다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쓰기 경험이 부족하니 내면의 소용돌이가 큽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쓰는 게 맞는 걸까. 도대체 글은 언제 마무리되는 거지? 생각이 끊이지 않고 올라옵니다. 글을 쓰는 것은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아무리 빨리 쓰려고 해도 그럴 수 없습니다. 이것은 마치 시속 20km로 고속도를 달리는 기분입니다. 너무 느려 속이 터져 죽겠는데 이게 제 최대 속도인 겁니다. 그래도 달리다 보면 고향에 도착을 하기는 하잖아요. 모퉁이를 돌아 멀리 시골집이 보이면 그제야 기쁨이 몰려오고 피로가 싹 날아갑니다.
두려움은 막연함이나 지식의 부재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본적 없는 길이다 보니 더 막연해졌던 것 같습니다. 2교까지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책을 내자 싶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랬다가는 끔찍한 결과가 나왔을 것 같습니다. 내면의 성장조차 없는 쓰레기를 만들 뻔했어요.
3교는 240페이지로 마무리되었으나 여전히 글은 부족하여 앞으로도 계속 내용을 읽어보며 수정할 계획입니다.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이제는 책의 방향성에 맞는 글인지 아닌지를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4교, 5교를 진행하며 글을 더욱 가다듬고 싶습니다. 매끄럽게 이어지는 글이어야 읽는 사람도 좋겠죠. 거칠거칠한 글의 표면을 사포로 매끄럽게 갈아내듯 마지막 공정으로 넘어갈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