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획만 번드르르하면 번드르르한 사람이 되고만다. 계획만 하는 이유는 계획하는 과정이 재밌기 때문이다. 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나올 세상을 깜짝 놀래킬만한 아이템들을 보면 사람들은 정말 까무러치지 않을까하는 말도 안 되는 기대를 그 때만큼은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우는 것은 이렇듯 월매나 재밌능겨.
계획만 세우는 이들은 헛점을 발견하지 못 한다. 내 계획은 완벽해서 이대로만 진행하면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자랑을 할 수도 있는데,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왜냐면, 뇌피셜은 실물이 아닌 허구이기 때문이다. 계획이 현실 세계에서 실물로 등장하려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을 계획의 모든 구간에서 만나게 된다. “이거 왜 수치가 안 맞지? 간격이 내가 예상한거랑 다른데 이러면 계획을 새로 세워야겠네. 언제 계획을 다시 짜?” 이렇듯 현실로 옮겨내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심지어 현실은 생각과는 정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오를 줄 알고 주식을 매수했는데 떨어지는 일은 다반사 아닌가. 내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는 나는 기적의 사나이. 아무리 철저히 공부하고 진입해도 내 주식은 오르는 날이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멋드러진 계획이 틀어지는 건 일도 아니며 단 한번의 사건으로 모든 것이 고꾸라지기도 한다.
해보고 싶은 건 생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냥 무작정 시도하는 사람은 계획 세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지만, 계획만 세우는 (나같은) 사람은 들이 받으면서 시도하는 게 더 유익하다.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되는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그 과정을 통해 나의 하찮음을 알고 겸손을 배우게 된다. 그러면서 일을 조금씩 수정하고 개선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실행은 완성을 만드는 것이라기 보다는 실패를 보완해 나가는 과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