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쓰고 있는 ‘기타를 글로 배웠어요’는 일단 100쪽까지는,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마무리되었다는 것은 문단도, 글의 논리도, 지향하는 방향도 이제야 결정되었다는 뜻입니다. 문장으로서의 부족함은 여전히 있을 수밖에 없으니 그것은 편집자에게 넘겨야겠지만, 이전까지는 셀 수 없이 고쳐 썼습니다. 어떤 문단은 설명이 하도 조잡해서 버리기도 했고 또 다른 문단은 제가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로 잘못 쓰이기도 했습니다. 하나라도 거슬리는 게 있으면 표시를 해두고 다시 썼습니다. 이제는 글의 논리나 맥락,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대체로 정리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150여 쪽을 더 봐야 합니다.
이번 책을 만들면서 논리적인 글을 만든다는 건 굉장히 어렵다는 걸 알았습니다. 제가 겪은 개인적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서술과 결과가 서로 배치된다거나 개연성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많았습니다. 사소한 단어나 조사 하나조차도 잘못 쓰면 글의 의도가 다른 곳으로 간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글을 데려가기 위해서는 글의 구조가 튼튼하고 빈틈이 없어야 하더군요. 지우고 다시 쓰느라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저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쓰는 것도 미달이었습니다.
이 책 후반부에는 제가 통기타 레슨을 하던 당시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는 거기서 초보들은 아무리 기타를 열심히 연습을 해도 방구석 실력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이유로 실전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합니다. 실전이라고 하면 노래 반주를 말합니다. 대부분 초보들은 집에서 ‘연습’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연습을 합니다. 하지만 실전을 한 번이라도 경험하면 그 후로는 연주의 감각이 달라집니다. 왜냐면 이들은 현장감을 경험하게 되거든요. 그 후로는 연습을 할 때도 현장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연주에 생동감이 생기는 겁니다.
이러한 통기타에서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9년이나 글쓰기를 연습만 하고 있었던 겁니다. 기타를 가르치며 이미 경험을 했지만 그걸 타산지석 삼지는 못했습니다. 부족하더라도 조금 더 일찍 에세이를 쓸 마음이 생겼다면 조금은 거친 현장감이라도 지금보다 빨리 경험했을 듯합니다.
이번에 에세이를 쓰고 퇴고를 경험하면서 글의 분량, 문맥의 배치, 논리의 정연함, 그리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방법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여전히 글과 생각은 한참이나 부족하지만 그래도 방구석에서 나와 현장감을 경험하는 것은 알을 깨고 나온 것처럼 중요한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 이제 실전처럼 연습하는 기분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책이 출간된다면 아마도 공연을 한 번은 한 것 같은 경험치를 쌓을 수는 있겠지요. 이제라도 제 글에 현장감이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