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6월 21일.
헤드폰을 뒤집어 쓰고 영상을 편집했기 때문에 처음엔 녹음이 잘 못 된 줄 알았다. 헤드폰에서 들리는 소리가 이상하다. 왼쪽이 더 크게 들리고 물속에 들어간 것처럼 윙윙거린다. 영상 만들 때 내가 사운드의 밸런스를 잘못 맞춘건가 싶어 헤드폰을 벗었는데 왼쪽 귀와 오른쪽 귀의 비대칭이었다. 마치 오른쪽 귀만 물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 삐- 소리가 살아났다. 점심때 먹은 샤브샤브가 문젠가, 아님 오랜만에 먹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때문인가. 얼음을 먹지말걸 그랬나. 방금까진 괜찮지 않았나? 누가 보이지 않는 동그란 유리막을 내 머리 반쪽에만 씌워 놓았나.
영상에는 문제가 없다는 추측을 하고 영상 편집을 마무리했다. 오른쪽 귀가 계속 멍하다. 기타를 쳤는데 웅웅 거리면서 오른쪽 귀에 더 크게 들린다. 기타를 내려놓고 잠시 멍하니 있어본다. 삐- 소리가 나지는 않지만 잠시 후 다시 들린다. 편집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잘 올라갔는지 점검을 한다. 조금 잘못된 부분이 있다. 귀에 신경 쓰느라 상단에 들어가있는 자막의 타이밍을 짧게 넣어버렸다. 엔딩 전 까지 나와야 하는건데 조금 일찍 사라진다. 틀린 부분이 발견됐는데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서점엔 저녁 귀가길에 들르시는 분들, 동네 마실 나왔다가 들르시는 분들이 있다. 밤 9시가 넘어도 사람들은 책을 산다. 그러나 나는 몇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다. 귀가 이렇게 되니 잘 들리지 않는다. 그냥 멍한 상태가 아니라 오른쪽 공간이 축소라도 된 듯 작게 들리고 신경쓰인다. 그러다보니 아까까지 들리던 소리가 잘 안 들린다. 서점에 틀어둔 음악이 꺼졌는지 자꾸 확인을 한다. 손님들이 들어왔다 나갔는지도 수시로 확인한다. 몇몇 주파수는 오른쪽 귀를 공명시키는 것 같다. 웅웅 소리가 특정 영역에서만 더 크게 들린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댓글을 보니 이명은 면역력 저하라고 한다. 피곤하지 않다고는 답했지만, 안 피곤하다고 면역력 안 떨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20년간 삐- 소리를 듣는 형제가 있다니, 위로가 되어주어야 겠다.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도 있다.
먹먹하다는 것은 시공간이 왜곡돼 작게 들리는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그냥 그 작은 공간에서 우왕좌왕하는 소리가 가득 들어있는 것 같다. 그게 작게 왜곡 축소된 느낌이다. 그 위로 밖의 세계가 들린다. 양쪽 다 균형잡히게 들리던 소리에 변화가 생기니 신경이 거슬린다. 왼쪽 귀는 퇴근길 지하철을 탔고 오른쪽 귀는 비행기를 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