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결혼기념일

이선영은 오후에 집에 도착해 잠깐 낮잠을 자고 4시쯤 되어 마사지를 받기 위해 문밖을 나서는 중이었다. 그러고는 나에게 전화하면 데리러 나오라는 말을 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금요일 오후, 회사에서 일찍 돌아오는 날에는 늘 같은 시간에 피부관리를 받으러…

열리지 않는

어제 이선영이 선물로 준 베개를 베고 잠을 자다가 12시쯤 일어났다. 이렇게 늦게 일어나기는 올해들어 처음이다. 나는 침대에 파묻혀 이선영에게 전화했다. “네~” 그녀는 거실에서 전화를 받는다. 내가 점심을 먹었는지 물었더니 권이와 이미 다 먹었다고 한다. 그럼…

어떤 초조함

《레이먼드 카버의 말》이라는 책을 읽으며 나는 작가들이 글을 얼마나 많이 고치는지, 그리고 그 일에 얼마나 진심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짧은 단편을 스무 번?” “시 한 편을 3년 동안 백 번이나?” “20년간 한 작품을?” 책에는 말도…

놀고 싶다는 농담

허지웅의 에세이 ‘살고 싶다는 농담’에는 악성 림프종을 진단받은 그가 경험했던 ‘가장 깊었던 밤’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고통과 두려움에 몸부림치던 그는 그날 가족과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자신을 한탄한다. 그리고 그 밤을 홀로 이겨내는 동안 도와달라는…